울려라! 유포니엄 웹 공개 단편. 12번째 이야기
작가 : 타케다 아야노(武田 綾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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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아침은 여느 때와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일상 구석구석에 스민 마지막 예감. 옷걸이에 걸어둔 세라복을 오늘은 평소보다 신중하게 입는다. 기분탓인지 스커트의 주름조차 말끔한 느낌마저 든다. 옷깃에 하얀 리본 스카프를 넣고 노조미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곳에 비춘 것은 키타우지고교에 다니는 여학생이다. 히죽하고 이를 드러내고 웃으면 거울 속의 소녀도 웃는다.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야. 머리 끈을 입에 물고서 흐트러진 검은 머리칼을 손으로 한데 모은다. 입에 물고 있던 머리 끈으로 위치를 높게 잡아 단단히 묶는다. 매일 해왔던 습관이 갑자기 변하지 않는 것처럼 노조미는 오늘도 변함없이 노조미다. 대학생이 되면 파마라도 해볼까하고 거울 속의 누군가가 말했다. 니시야마 선생님처럼. 그것도 좋겠다고 노조미는 생각했다. 그렇게 쉽게 변할 수 있다면.
"노조미, 좋은 아침."
모퉁이 반대쪽에서 나츠키가 손을 흔들고 있다. 잠이 부족한 건지 그녀는 연신 하품을 해댄다.
"졸려?"
"엄청. 이동식 침대가 있으면 그대로 학교에 보내두고 싶은 수준이야."
"어제 밤에 뭐 했길래?"
"뭐 한 건 없는데 멍하니 있다 보니까 한밤중이더라."
"괴기현상이네."
"맞아. 나도 좀 무섭더라니까. 시간을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보내면 다행인데."
"아냐, 멍하니 있는 것도 의미는 있으니까."
"노조미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럴지도."
나츠키의 호쾌하고 경쾌한 웃음 소리를 따라 노조미도 웃는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 오늘도 평소와 다름 없는 일상이 계속될 거라고 착각하게 된다.
"왠지, 부활동 은퇴하고 졸업식까지 시간 감각이 이상해.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하고."
"네가 계속 한가하다고 말했는 걸. '부활동 은퇴하고 새하얗게 태워버렸어'라면서."
"최근에 겨우 원래대로 돌아왔으니까. 뭐, 곧 새로운 생활도 시작되잖아?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오는 봄부터 집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집? 아니면 자취?"
"나는 집. 유우코는 자취한다고 하더라. 노조미는?"
"나도 집. 자취를 하게 해줄 수 있을 정도로 돈이 많지 않아요, 라고 부모님이 그랬으니까."
"맞는 말이네."
"뭐~ 아무래도 자취하고 싶어지면 알바라도 열심히 해야겠지만요."
"자취하게 되면 놀러갈게. 인생 게임같은 거 갖고."
"또 그런 쓸데없는 걸……."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한창 유행인데?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면 인생게임 대회까지 열려."
"그건 즐겁겠다."
"그치?"
나츠키는 허리에 손을 얹고서 의기양양하게 이쪽을 보았다. 햇빛에 흠뻑 젖은 그녀의 머리칼이 연한 갈색 빛으로 비쳐 보였다. 훗하고 위로 치켜 뜬 두 눈이 노조미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우리들은 이제 졸업하면 어떤 어른이 되려나."
"갑자기 뜬금없네."
"인생게임 얘기하니까 문득 생각나서."
"나츠키는 어떨 것 같은데?"
"나? 나는 이런 건 잘 생각하지 못하니까. 그래도 상상되는 녀석은 있다?"
"누구?"
"미조레라던가."
서로가 알고 있는 친구의 이름이 나오는 바람에 노조미는 일순간 숨을 멈췄다. 무언가 떠보는 것은 아닐까 곁눈질로 나츠키를 보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생각도 읽을 수가 없었다.
마치 내일 날씨를 이야기 하는 것처럼 나츠키는 가볍게 말했다.
"저 아이는 프로가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럴라나. 그래도 음악으로 먹고 사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부정적인 말이 생각없이 튀어나왔다. 이런 말을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라고 노조미는 얼굴을 찡그린다.
"노조미는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야 할지, 뻔한 일반론이긴 하지만. …… 나츠키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도 그럴 것이 미조레는 재능이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럼 어떻게든 되겠지. 실제로 음대에 합격하기도 했고."
그렇게 악의없이 말하는 나츠키가 진심으로 부럽다. 긍정도 부정도 하고 싶지 않아서 노조미는 그냥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아."
갑자기 나츠키가 앞을 가리켰다. 조금 떨어진 곳에 키타우지고교 세라복을 입은 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유우코와 미조레라는 걸 알아차렸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저녀석 벌써 울고 있어."
나츠키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저녀석이이라고 말한 것은 유우코일 것이다. 나츠키는 미조레에게 그렇게까지 스스럼없이 말하지 않는다.
노조미도 유심히 살펴 보았지만 두 사람의 상태까지 알 수 없었다.
"용케 저게 보이네."
"나 눈이 좋으니까."
"유우코는 왜 울고 있는 거야?"
"역시 그거 아닐까? 자립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심정."
"아이? 누구?"
"그야 미조레지"
"어?"
언제부터 유우코가 미조레의 부모 위치였던 걸까. 왠지 재미없는 기분이 들어 노조미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히히, 하고 나츠키가 기묘한 웃음 소리를 낸다.
"달려갈까?"
"상관없어."
"그럼 간다."
나츠키는 그렇게 말하자마자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노조미는 그 기세에 당황했지만 곧장 뒤쫓아 갔다. 가만히 있는 두 사람을 따라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네사람은 순식 간에 합류했다.
조금 전 나츠키가 했던 말처럼 유우코의 눈은 발갛게 부어있었다. 나츠키가 쓸데없이 참견하자 유코가 질세라 대꾸한다. 대화는 늘 그랬던 것처럼 말다툼으로 발전하며 타인의 간섭을 허락하지 않았다. 완전 두 사람의 세계에 흠뻑 빠진 나츠키와 유우코에게 노조미는 놀란 기색을 숨기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두 사람은 분명 투닥거리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미조레, 우리 먼저 가자."
"응"
노조미가 걸음을 옮기면 미조레는 자연스레 옆에 나란히 선다. 윤곽을 따라 늘어진 그녀의 검은 머리칼이 봄바람에 흔들렸다.
"미조레, 아까 유우코하고 무슨 얘기한 거야?"
"중요한 이야기."
"응?"
그녀가 얼버무릴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눈썹이 올라갔다. 이쪽은 신경쓰지 않는 것인지 미조레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페이스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유우코한테 졌어."
"지다니?"
"응. 하지만, 지는 쪽이 이기는 거래."
"뭐야 그게."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설명을 마친 미조레는 어딘지 모르게 만족스러워보였다.
더 이상 깊게 캐물을 마음이 들지 않아 노조미는 학교 가방을 어깨에 고쳐 멨다. 뒤쪽에서는 여전히 유우코와 나츠키가 서로 장난을 치고 있다.
"미조레는."
노조미가 입을 열자 갑작스레 미조레가 뒤쪽을 바라본다. 무시당한 것 같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왜?"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조레에게 유우코는 "아무 것도 아냐"라며 재빨리 대답한다. 마치 장난을 들킨 어린애 같다.
옆에서 슥하고 나츠키의 손이 유우코의 머리칼을 어루만진다. "성가셔!" 라고 불평하는 것에 비해, 유우코는 아주 싫지만은 않아 보였다. 처음부터 솔직하면 좋을텐데.
유우코의 시선에서 멀어진 미조레는 다시 노조미를 바라봤다. 쭈뼛쭈뼛거리며 곧게 편 손끝으로 노조미의 세라복 옷자락을 당긴다.
"무슨 일이야?"
"응? 뭐가?"
"아까, 하려던 말."
"아……."
솔직히 말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충견처럼 기다리는 미조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찜찜하다. 동요하고 있는 것을 숨기기 위해 노조미는 머리를 긁적인다. 미조레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다. 그렇게 노조미에게 떠오른 것은 과거 행실의 꺼림칙함이었다.
"졸업식 끝나고, 같이 사진 찍을까? 기념으로."
"괜찮아?"
"괜찮고 말고가 아니지. 모처럼 졸업식이니까."
"……기뻐."
미조레는 꽃이 피듯 활짝 웃어보였다. 자신의 행복을 음미하는 것처럼, 천천히.
"고마워, 노조미."
"고맙다고 할 필요 없는걸."
"그래도, 말하고 싶어."
"그렇구나."
"응."
미조레는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어떤 말조차 꺼낼 필요를 느끼지 못한 노조미도 침묵을 지킨다. 침묵이 흘러도 의외로 불쾌하지 않았다.
뒤에서는 여전히 유우코와 나츠키가 다투고 있다.
"아! 왜 지금 읽을라고 그래!"
"안돼?"
"우리가 없을 때 읽는다고 아까 말했잖아."
"어? 말했나?"
"일부러 그러는 거지! 진짜 화낸다."
"미안 미안. 나중에 읽을테니까."
"그럼 됐어."
유우코가 흥하고 콧방귀를 끤다. 나츠키의 손에는 귀여운 나팔 스티커를 붙인 봉투가 들려있다. 방금 대화로 추측하컨대 유우코가 나츠키에게 쓴 편지일 것이다.
"정말 너희들 사이가 좋구나."
어이가 없어 본심을 털어놓자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사이 좋지 않아!"라고 외쳤다.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던 미조레가 "두 사람은 무승부"라고 잘 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첫 번역이라 의역도 오역도 있어 미숙하지만 즐겁게 번역했습니다.